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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사랑은 프랑스 시인 크리스티앙 보뱅(CHRISTIAN BOBIN)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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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크리스티앙 보뱅

CHRISTIAN BOBIN

 

 
 프랑스의 대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동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맑은 문체로 프랑스의 문단, 언론, 독자들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며 사랑 받는 작가. 1951년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크뢰조에서 태어났다. 평생 그곳에서 글쓰기를 하며 문단이나 출판계 등 사교계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고독한 작가다. 대학에서 tpourpre』를 출간했고 아시시의 성인 프란체스카의 삶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 『가난한 사람들Le Tr?s-Bas』이라는 작품으로 세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상, 되마고상 및 가톨릭문학대상, 조제프델타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

(거의 대부분....)

 
 
P.8 네 죽음은 내 안의 모든 걸 산산이 부서뜨렸다. 마음만 남기고. 
사랑한다. 그것 외에 무슨 말을 쓸 수 있을까. 써야 할 문장은 이뿐인데. 이 문장을 쓰도록 알려준 사람은 너였다.
 
P.10 나의 두 번째 탄생은 1979년 8월 말의 어느 금요일, 밤 10시쯤 방으로 들어오는 널 보면서 시작되었다. 그날 밤, 나는 네 첫 번째 남편 집에서 널 만났다. 떠날 채비를 하던 순간, 네가 들어왔고, 피곤한 하루의 삶에서 돌아온 네가 내 앞에 있었다. 영원히, 라고 할 수 있으리아. 네 죽음조차 네가 내 앞에 있는 걸 막을 수 없으므로. 그 다음 일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간단하다. 단지 너를 따라다니면 됐으니까. 나는 너의 첫 결혼과 이혼, 그리고 두 번째 결혼에서도 너를 쫓는다. 나는 외발로 돌차기 판을 지나고, 너는 계속해서 네 갈 길을 가고, 나는 너를 꾸준히 뒤따른다.
(크리스티앙보뱅과 지슬렌의 만남)
 
P.11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천재성이 어떤 건지 내가 알고 있으며, 내 인생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을 만났고, 16년 동안 그와 함께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너는 글을 쓰지 않았고,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예술가, 학자 혹은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순수한 상태 그대로의 천재였다. 사랑과 유년 시절과 다시 또 사랑으로 이루어진 천재. 나는 사람들이 너를 그런 사람으로, 너였던 모습으로, 너인 모습 그대로 보기를 원한다. 네게서 불처럼 붉은 심장에 깃든 경이로운 어린 시절과 순수한 사랑과 모든 재능을 보기 원한다.
 
너에 대해 씀으로써 그 빛을 찾는다. 네가 남겨놓은 숙제를 해야 한다는 듯이. 이 숙제는 여전히 선물과 같다. 어쩌면 가장 순수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지슬렌, 네게 감사한다. 널 잃음으로써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 상실에 감사한다. 미치광이처럼 너를 사랑하는 나는 광기에 휩싸인 채 부드러움과 빛과 사랑을 찾는다.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좀 더 후에 생각하려 한다.
 
 
P.12 나는 생각에 잠기고 생각은 점점 더 깊어진다. 네 죽음은 수수께끼 같아서 그 안에 온화함이 있는지 냉혹함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온화함을 받아들이려면 냉혹한 죽음의 실체마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가 내게 준 것들은 모두 고귀하고 순수한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네 죽음 안에 감춰진 고귀하고 순수한 것을 찾는다. 어디서든, 심지어 최악의 곳에서도 찬탄할 만한 소재를 찾는 일, 나는 네가 가르쳐준 대로 글을 쓴다.
 
 
P.13  이 세상에는 사랑이 부족하며, 심지어 사랑이 있는 곳에서조차 사랑은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너는 귀염둥이의 사명을 수행하고 막내의 자리를 차지한다. 너는 네가 받은 사랑을 수백 배, 수천 배로 돌려준다.
 
 
P.16 또다시 전화 이야기다. 오늘 아침, 누군가가 내게 전화를 해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나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말을 흘려듣다가 문득 대화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한다. 늘 그랬듯, 소소한 일들을 얘기하려 언제든 전화 걸던 너의 전화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무엇보다 나는 네가 수신 거부음을 맞닥뜨리길 원치 않기에,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네가 죽었다는 것과 더는 내게 전화하지 않으리란 걸 깨닫기까지는 잠깐의 시간이라도 여전히 필요하다.

 

P. 18 또한 나는 깨달았다.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있어서도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아야 하며, 죽음을 말할 때는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열정 어린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죽음의 고유한 특성과 사랑의 감미로움에 어울리는 세밀한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P.20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네 방식,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우울함과 비극적인 얘기에 빠져들 때 웃음을 터뜨리는 네 방식, 품위를 전혀 잃지 않은 채 화를 내며 욕을 하는 네 방식,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인용문들로 공책을 새카맣게 채우던 네 방식. 오늘 아침, 나는 이 공책들이 고귀함과 순수함을 향해 가는 네 영혼의 움직임과 너 자신을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이미지라는 생각을 한다.

 

P. 22 나는 너에 대한 험담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참을 수 없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네게 상처 주는 말, 아무리 조심스러운 비난도. 그런 말을 들으면 난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둔다. 그렇다고 앙심을 품는 건 아니지만 한 번이라도 너에 대해 의혹을 발설하는 자들과 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깊은 심연이 생긴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며,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법이다. 네가 완벽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P.23 질투의 언어는 무궁무진하다. 질투는 그 자체로 스스로를 살찌우며 어떤 답도 바라지 않는다. 게다가 팽이처럼 빙글빙글 도는 악순환의 지옥에 빠져도 책임지지 않는다. 

 

P.24

내가 네게서 사랑한 것을 담담히, 단순하게 표현해야 한다면, 네가 지녔던 자유를 사랑했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너 자신조차 예측할 수 없던 네 마음, 누군가가 너에게 느꼈을 수도 있던 정념을 거부하던 네 마음을 사랑했고, 다시 말해, 너의 사랑과 지성을 사랑했다. 그 까닭은 진정한 사랑과 관능적인 지성과 몸소 체험한 자유만이 우리에게 고동치며 비상하는 단 하나의 심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너의 죽음에서 내가 알 수 없던 것들은 네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알 수 없던 것들이었다. 죽음은 삶을 숙명으로 바꾸지 않는다. 죽음은 마침내 해독할 수 있는 텍스트가 담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나는 너를 빛 속으로 달아나는 심장을 가진, 반항적이고 잡히지 않는 사람으로밖에는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네가 바로 옆에 있을 때조차 다가갈 수 없는 존재라고 늘 생각했다. 그걸 알면서도 너를 사랑했다
 
P.26 너에겐 재산이 거의 없었다. 네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눈물과 웃음일 것이다. 
 
P
 
 
 

 

책 소개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보뱅이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그녀에 대한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그리움의 정원에서』가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지슬렌마리옹’, 1979년 가을에 처음 만나, 그로부터 줄곧 그가 가장 바쁘고도 고요한 방식으로 사랑한 여인. 1995년 여름 파열성 뇌동맥류로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 가을과 겨울, 크리스티앙보뱅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을 넘어서 그만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전히 생생한 그녀의 모습을 이 책 속에 담았다.

“나는 이 책에서 동시에 발산되고 있는 두 사랑들을 보았다. 삶 전체를 향한 지슬렌의 사랑, 그리고 그런 지슬렌을 향한 보뱅의 사랑. (..) 삶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의 글. 그리고 나는 이 사람들을 사랑하는 글을 쓰고 있다. 이중의 사랑의 기록들을 따라가며, 삼중의 사랑이 차가운 동심원처럼 숲처럼 피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내내 피곤한 미로 속을 헤맸다. 그 안에서 점차 단순해지고 맑아지는 무언가를 느끼면서.” - 김연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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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프랑스가 사랑하는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보뱅이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그녀에 대한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그리움의 정원에서』가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지슬렌마리옹’, 1979년 가을에 처음 만나, 그로부터 줄곧 그가 가장 바쁘고도 고요한 방식으로 사랑한 여자. 1995년 여름 파열성 뇌동맥류로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 가을과 겨울, 크리스티앙보뱅은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을 넘어서 그만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전히 생생한 그녀의 모습을 이 책 속에 담았다.

상실은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잔인한 죽음에 직면하여, 그것을 견디기 위해 혹은 그 사랑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우리는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쓸지는 분명하다. 사랑하는 이의 존재와 부재, 전해야할 말과 끝내 전할 수 없어 택한 침묵, 고통과 그리움, 남겨진 시간과 영원. 그러나 이것들을 어떻게 쓸지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환희의 인간』, 1984Books)라고 말한 바 있는 보뱅의 모든 작품의 근원에는 실상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담겨있다. ‘죽음을 말할 때는 사랑을 이야기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열정 어린 목소리로 말해야’ 하며, ‘죽음의 고유한 특성과 사랑의 감미로움에 어울리는 세밀한 언어를 선택해야’한다고 보뱅은 말한다. 이 부드러운 목소리, 열정 어린 목소리, 세밀한 언어는 말과 침묵 사이에서 태어나 고통을 넘어 영원한 사랑을 전한다.

보뱅은 함께했던 일들을 추억하며 ‘과거시제가 아닌 순수한 현재시제로, 오로지 현재의 시점으로 써야 한다’고느끼는데, 때때로 어떤 기억들은 불완전하거나 단순한 과거 시제를 사용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과거시제의 사용은 시간적 거리를 나타내어 부재를 느끼게 하고, 현재의 사용은 지슬렌의 생생한 존재를 느끼게 한다. 이 시간적 불일치는 양쪽 모두를 강렬하게 만드는데, 말하자면 때로는 시간과 죽음의 지배가 지슬렌을 지배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영원한 현재로 지슬렌을 불러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존재와 부재를 오가는 지슬렌은보뱅에게 사랑 그 자체였다.그리고 사랑은 여전히 현재로서 여기에 존재한다. 그리하여 보뱅은 묻는다. “죽음은 ‘사랑’을 빼앗을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죽음이 네게서 낚아챌 수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의 시적 언어 속에서 말과 침묵은 서로 화해한다. 시간과 영원은 영원한 현재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합쳐지고 ‘그리움과 공허와 고통마저도’ ‘가장 큰 기쁨이 된다’. 16년 동안 어디든 함께했지만 1995년 8월 12일만큼은 그럴 수 없었던, 자신은 넘어가지 못한 저편을 보기 위해 애를 쓰고 그녀와의 기억들을 현재시제로 이야기하며 부활의 작업은 이루어진다. 그렇게 쓰여진 보뱅의 글은 위안할 수 없는 슬픔에 머물지 않고 사랑하는 이의 환원할 수 없는 부분을 자신의 내면에 보존할 수 있게 해준다. 슬픔이 허무와 맞서 싸우는 방식이라면 보뱅에게 기쁨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영원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지성을 강조하는 프랑스 문학계에서 이 책이 받은 사랑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무엇이 프랑스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지슬렌은보뱅에게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그 후에 무엇을 쓸지에 관해 묻고서는 아래와 같이 당부한다.
“문학을 해서는 절대로 안 돼, 글을 써야지. 그건 전혀 다른 거거든. 약속해.”
보뱅은 지슬렌과의 약속을 지킨듯하다. 이것이 문학인지 아닌지는 더이상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 테다. 그해 가을과 겨울, 그가 침묵 속에서 써야만 했던 글, 오로지 그리움으로 가꾼 작은 글의 정원. 이것은 문학이 아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도 끝없이 계속되는 현재 속에서, 여전한 사랑과 삶과 웃음에 대한 찬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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